어릴쩍에 아버지가 기분낸다고 온가족을 고급 레스토랑을 데려 간적이 있다. 문제는 메뉴판에서 발생했다. 메뉴판을 보고 다들 어 하는 정적이 흘렀고 다들 그냥 아버지가 선택한 기본 스테이크 세트 메뉴로 통일해서 시키더라.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는데다가 음식이 거의 다 처음 보는 거니 혹여 잘못 시키면 돈만 날리는 셈이여서 다들 안전하게 갔다.

 근데 난 거기서 눈치없이 이게 메뉴가 머가 먼지 잘 모르겠다고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첨보는 음식을 단품으로 하나 시켰다. 그리고 맛있게 퍼먹고 나왔는데 이게 아버지에 심기를 굉장히 어지럽혀서 그날 혼이 단단히 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여러 측면에서 아버지의 체면을 구기는 행위였을듯 싶다. 사실 그것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어디서나 뻔뻔하게 행동하는걸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게 누적되다가 터진거다. 

 우선 한국사회에선 모르는거를 인정하고 물어보는 것에대해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있다. 그걸 어긴 탓도 있다. 학교다닐때는 질문 셔틀이였는데 친구들이 선생님한테 물어볼게 있으면 수업시작 전에 미리 모아 두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대신 질문을 이여나가는게 내 일이었다. 

 그리고 메뉴를 통일을 시키는것이 한국사회에서 미덕인데 이걸 어긴것도 문제였다. 모두가 스테이크를 시키는데 무시하고 그냥 내가 먹고 싶은거를 고른것도 한국사회에서는 해서는 안될 일이였다. 

 또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런데 처음 온 촌놈처럼 구는 것도 문제였다. 한국 사회는 그렇게 없어 보이게 행동하는 걸 금기시 한다. 그날도 다들 잘 차려 입고 갔었는데 나혼자 평소 입던 헤지고 떨어진 옷 한벌 입고 갔었다. 그것부터가 마뜩지가 않았을 꺼다. 

 그리고 그 단품 메뉴가 기본 세트 메뉴보다 비싼것도 하나의 원인일꺼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비싼만큼 양도 많았고 맛도 기본 세트 메뉴보다 좋았다. 스테이크는 어디서든 먹을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던 반면에 내껀 꽤나 독특한 맛이 있었다. 그게 더 아버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꺼다. 

 아 글고 예절과 규칙이라는 걸 어긴 탓도 있다. 다들 나이프로 썰어서 먹고 있는데 나 편한대로 수저로 자르고 수저로 퍼먹고 있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았을 꺼다. 평소에도 규칙이나 규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지적을 당하곤 했다. 

 여튼 평소 마뜩치 않았던 행동을 종합적으로 터트린 날이였다. 사실 보편적인 한국사회의 기준에서는 아버지가 맞고 내가 틀린게 맞다. 그래도 그 특유에 뻔뻔함에서 오는 행동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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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아이고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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